무거운 물체에 찍힌 발가락 골절은 큰 병원 가야 하는 이유

“크게 아프지 않으니까 괜찮겠지” 하고 동네 정형외과를 찾았다가 2주 동안 불편함만 겪고 결국 큰 병원에서 해결한 제 경험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무거운 물체(가구, 상자, 공구 등)에 발을 찧거나 찍혀서 골절이 의심되는 분들께 꼭 도움이 될 내용입니다.

🩹 다친 계기: 명절 후 가구 옮기다 벌어진 사고

긴 추석 연휴가 끝난 주말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집을 정리하다가 가구 배치를 바꾸기로 했죠.
장갑도 안 낀 채로 옷장을 눕히다 미끄러지는 바람에 그만 발등 위로 무거운 옷장이 떨어졌습니다.

순간 통증이 꽤 있었지만 “며칠이면 낫겠지” 싶어 그냥 참고 있었죠.
그런데 3일이 지나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걷기조차 불편해지더군요.
결국 동네 정형외과를 찾았습니다.

🏥 동네 정형외과 진료: ‘통깁스’ 처방에 2주간 고생

의사는 엑스레이를 찍어보자며 바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작은 뼛조각이 떨어져 나간 골절”.
완전한 고정을 위해 무릎 위까지 오는 통깁스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솔직히 통깁스는 상상 이상으로 불편했습니다.
샤워도 힘들고, 잠잘 때마다 무겁고, 회사에서도 신발이 맞지 않아 고생했죠.
하지만 “그래도 치료가 제대로 되고 있겠지” 하며 참고 다녔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 연관글 보기 : 발 통깁스 의외로 좋았던 점과 불편한 점(+필수템2가지)

🤔 답답한 진료: 정확한 설명 없는 반복된 엑스레이

매주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지만 의사는 회복 상태를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잘 아물고 있나요?”라고 물으면
“음… 좀 더 봐야겠네요.”
이런 식이었죠.

첫 번째 촬영에서는 관절 사이에 작은 뼛조각이 보였는데,
그다음부터는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왼쪽 : 최초 촬영, 오른쪽 : 이후 촬영)
염증 때문에 좀 새카맣게 보이긴 해도 뼛조각은 구분이 되질 않았죠.
(깁스 때문에 물결 무늬가 생겨서 더 확인이 어려움)

👉 연관글 보기 : 병원 CD 집에서 보는 방법

저는 혹시 잘못 붙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돼서
“뼈가 엉뚱하게 자리 잡은 건 아닌가요?”
“그럼 CT라도 찍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라고 물었지만,
“CT로 봐도 작아서 잘 안 보입니다.”
이런 식으로만 답하더군요.

결정적으로 그 병원에는 CT 장비가 없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동네 정형외과는 단순 골절이나 관절 통증 정도만 보는 곳이라는 걸요.

골절된 뼛조각이 주된 부위에서 떨어져 나온 골절을 ‘박리 골절‘이라고 부릅니다.
이 경우에는 일반 엑스레이로는 치료 경과를 알기가 어렵다고 보시면 됩니다.

🧠 큰 병원 방문: CT로 얻은 명확한 진단

2주 후, 결국 회사에 연차를 내고 CT·MRI 촬영이 가능한 종합병원을 찾았습니다.
접수하자마자 “엑스레이 CD 있나요?”라고 물어보시길래,
이전 병원에서 받은 CD를 제출했습니다. 요즘은 자동 제출 기계가 있더군요.
(주민등록번호 입력하고 CD 넣으니 1~2분 만에 제출이 되었습니다.)

타병원 CD 영상 등록기

진료실 앞에서 조금 기다리자 간호사가 와서
“의사 선생님이 CT를 먼저 찍고 진료하자고 하십니다.”
라고 전하더군요.

그 순간부터 믿음이 갔습니다.
아직 진료도 안 했는데 CT부터 지시한다는 건
기존 영상에서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했다는 뜻이니까요.

🦶 CT 촬영 과정: 3분 만에 끝, 비용은 6만원

영상의학과로 내려가서 CT를 찍었습니다.
발 CT라서 복잡한 준비도 없었고, 신발만 벗고 누운 상태로 3분 만에 촬영 완료.
조영제도 필요 없었고, 금식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주머니에 휴대폰 등 소지품도 꺼낼 필요 없다더라고요.

CT는 보통 전신을 훑고 지나가는데, 저는 발 부위에만 왔다갔다 했습니다.
통깁스한 상태로 다리를 세우고 있어야 해서 불편하긴 했어요.

나중에 진료비 영수증을 보니 약 6만원 정도 나왔습니다.
복부 CT가 10~20만원대인 걸 감안하면 훨씬 저렴하죠.

👨‍⚕️ 진료 결과: “뼈는 잘 붙고 있습니다, 통깁스는 불필요합니다.”

진료실에서 의사 선생님은
“뼈가 아주 잘 붙고 있습니다. 다행이에요.”
“그리고 골절 부위가 관절 안쪽은 아니고 다행히 바깥쪽입니다.”
라고 설명하며,
통깁스까지는 필요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이제 통깁스를 풀고, 1번·2번 발가락을 묶어서 고정만 하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2주 동안 고생한 게 다 뭐였나’ 싶으면서도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안도감이 밀려왔습니다.
(뼛조각이 잘못된 위치에 붙어서 수술해야 하는 건 아닌가 걱정했거든요…)

그렇게 통깁스를 풀고 나니 발이 정말 가벼워졌습니다.
2주 넘게 눌려 있던 피부가 숨을 쉬는 기분이랄까요.

깁스에 눌려져 있던 부분이 붉게 상기되어 있는 것도 보이네요.
(골절 부위라서 멍이 든 건가 싶기도…)

골절 1번 2번 발가락 묶음 처치

🩴 병원 앞에서의 작은 해프닝

갑작스레 깁스를 풀고 나니 문득 가져온 신발이 없다는 걸 깨달았죠.
간호사가 “1층 자판기에서 신발을 팔아요”라고 알려줬습니다.

가 보니 어릴 적 신던 실내화부터 보호대, 깁스 신발까지 다 있더군요.
순간 하나 살까 하다가 “집까지는 조금만 참자” 하고 깁스 신발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마무리: 무거운 물체에 찍힌 골절, 작은 병원은 절대 비추천

이번 일을 겪고 확실히 배웠습니다.

  • 통깁스는 고정 효과는 좋지만 불편함이 극심합니다. (아래 연관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 무거운 물체에 찍힌 골절은 뼛조각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단순 엑스레이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렵습니다.
  • CT나 MRI 촬영이 가능한 병원으로 바로 가는 게 시간·비용·고생 모두 줄이는 길입니다.
  • 발 CT는 간단하고 저렴합니다. 조영제, 금식도 없고 10분 이내에 끝납니다.
  • 동네에서 가정의학과 겸업으로 운영하는 정형외과는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저처럼 2주 동안 불편만 겪고 다시 병원을 옮기는 일은 꼭 피하시길 바랍니다.
발가락 골절은 사소해 보여도, 치료 방향이 달라지면 회복 속도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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