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까지 인상 찌푸리는 부산 광안리 은행나무 냄새, 해결 방법은 없나?

혹시 가을철 부산 거리를 걸으며 코를 찡그려본 적 있으신가요?
9~10월 사이 부산 도심 곳곳에서는 강한 악취가 퍼집니다. 은행나무 열매가 떨어지며 썩는 냄새 때문이죠.

그런데 얼마 전, 제가 직접 그 현장을 겪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광안리 해변에 도착했을 때였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함께 내렸는데, 내리자마자 퍼지는 역한 냄새와 바닥 가득한 은행 자국에 모두가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죠.

“이러다 외국인들, 광안리에 안 좋은 인상만 받고 가지 않을까?”

🍂 왜 어떤 은행나무는 냄새가 나고, 어떤 건 괜찮을까?

은행나무를 유심히 보면 열매가 달리는 나무와 그렇지 않은 나무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은행나무는 ‘암수’가 따로 있는 수종이기 때문입니다.

  • 암나무: 열매를 맺음 (냄새의 원인)
  • 수나무: 열매 없음 (냄새 X)

문제는 예전에는 이 둘을 확실히 구별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잎사귀나 꽃, 가지 모양 등으로 구별할 수 있지만 확실한 방법은 아니거든요.
즉, 2011년 이전에는 ‘암수 구별 기술’이 존재하지 않아 무작위로 심었죠.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은행나무는 성숙하여 열매를 맺기까지 무려 20년이 걸립니다.
즉, 20년이 지나서야 “아, 이게 암나무였네?” 확실히 알게 되는 겁니다.

🧬 2011년, 은행나무의 운명을 바꾼 ‘DNA 감별 기술’

2011년,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은행나무 성감별 DNA 분석법’을 개발했습니다.
이제는 묘목 단계에서도 암수 구별이 가능해진 것이죠.

그 이후로 서울과 일부 지자체에서는
기존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 서울 강북구: 4년 전 1,060그루 전량 교체 완료
  • 서울 성북구: 작년 221그루 교체 계획 수립
  • 서울 광진구: 2025년까지 모두 수나무로 교체 계획
  • 서울 중구: 아직 교체 계획 없음

서울시 전체로 보면,
현재 가로수 10만2070그루 중 22%인 2만3116그루가 암나무입니다.
예전엔 30~35% 수준이었다고 하니, 점차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속도가 더디긴 하네요.

💸 부산은 왜 아직 냄새나는 가로수가 많을까?

서울은 매년 열매 사전 채취 사업을 진행하지만, 안타깝게도 부산은 열매 채취조차 하지 않습니다.
부산은 광안리만 봐도 그런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채취도 쉬운 일이 아닌 것이, 큰 나무의 경우 한 번에 열매를 다 따기 어려워서
보통 11월까지 2~3회 나누어 채취해야만 합니다. (맺히는 시기가 각기 다름)

과거엔 이렇게 수거한 열매를
경로당이나 복지시설에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매연 오염 우려 때문에 대부분 폐기 처리합니다.
결국 ‘냄새나는 열매’는 비용만 남기고 버려지는 현실이 된 것이죠.

즉, 반복 채취는 근본적인 답이 아닌 것 같습니다.

💰 수나무로 교체하면 얼마나 들까?

은행나무 한 그루를 교체하는 비용은 약 100 ~ 150만원입니다.

그래서 “너무 비싼 거 아니냐”는 의견도 많지만,
매년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열매를 따는 비용을 생각하면
장기적으로는 교체가 훨씬 경제적으로 보입니다.

제 생각에는,
연말마다 진행되는 불필요한 보도블럭 교체 예산만 일부 조정해도
수나무 교체 비율을 훨씬 빠르게 높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산의 가로수가 향긋한 공기만 뿜는 그날,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산은 공기까지 깨끗하네!”라고 말하길 바라봅니다.

✅ 정리하며

  • 은행나무 냄새의 원인: 암나무의 열매
  • 해결법: 수나무로 교체 또는 열매 사전 채취
  • 현재 상황: 서울은 교체 중, 부산은 미흡
  • 비용: 한 그루 약 100만원, 장기적으론 절감 가능

냄새 하나로 도시 이미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DNA 감별 기술로 이미 해법은 나와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건 지자체의 실행 의지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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